오늘도 7시가 되기전에 잠에서 깨었다. 집만 떠나면 왜 이리 부지런해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창문을 열어 보니 오늘은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다. 어제 열혈 보딩의 영향으로 몸이 뻐근하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준비하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아침부터 눈이다.


숙소에서 나와 우선 오늘 저녁 정찬을 예약하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숙소 문은 열려 있는데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보딩을 마치고 다시 들러 보기로 하였다.

'Hurry & Slowly' 숙박과 식당을 겸하는 곳이다. 여행사 직원인 Tomoko가 추천해준 업소이다.


오늘은 곤돌라 승강장까지 셔틀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다. 버스에는 보드를 위한 캐리어가 없었다. 보드를 들고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 보니 곤돌라 승강장 앞에는 왠 호주 아저씨가 몇 달 되지 않은 애기를 안고 있었다. 히라푸에 있는 동안 이런 아이들을 여러 보게 되었는데 호주 사람들도 애기들 강하게 키우나 보다.

히라푸 마을을 일주하는 셔틀이다.

추운날 애를 저렇게 매고 다니다니... 그나저나 애기가 정말 귀엽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에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오늘도 차 한 잔 하고 시작해야 할 듯 하다. 하지만 곤돌라에서 내리니 날이 맑기 시작 했다. 이 때 눈에 보이는 한 무리의 보더들. 하치장 오른쪽 언덕을 올라간다. 맵을 보니 이리로 가면 Hanazone으로 갈 수 있을 듯 하여 따라서 올라가 보았다.

언덕을 올라가는 한무리의 보더들.


그러나 도착해서 보니 이 곳은 미하라시 코스이다. Advanced ungroomed area란다. - -; 이 문구에 약간 찔끔 했지만 이왕 올라온 김에 내려가 보기로 결정하고 바인딩을 채우고 출발하자마자 엄청나게 쌓여 있는 눈에 넘어졌다. 일어서기 위해 손을 짚었지만 눈위에 짚은 손은 힘 없이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순간 괜히 들어 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이렇게 빠지는 눈을 밟고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니... 나무들에 가려 끝은 보이지도 않고 진퇴 양난이다.

Advanced ungroomed area. 흠. 상상이 가시려나?


나무 사이로 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결국 사이드 슬리핑으로 내려간다. 중간 중간 다른 보더, 스키어들이 지나가는데 참 잘도 탄다.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Holiday 차도에 도착하였다.

나무들 사이에서 잠시 쉬고 있는 yujinn

후아 다 내려 왔다. 저기 곳곳에 지나온 흔적들이 보이시는가?


오늘은 첫 보딩부터 빡시다. 차도를 빠져나와 Main코스에 들어서니 날이 맑다. 머리에 구름 모자를 쓴 요테산이 선명히 보인다.

이 것이 원정내내 본 요테산 중 제일 선명하게 본 모습이다.


맑은 날씨에서 한 번이라도 더 라이딩을 하기 위해 다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데 날씨는 다시 흐려진다. 고산지대도 아닌데 이 곳 북해도의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 그 모습을 바꾼다. 아침부터 고생했으니 좀 쉬어야겠다. 카페에서 핫초코 한 잔 시켜 마시려니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카페 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는 점심을 먹기 위해 base로 내려왔다.

이내 날씨는 눈으로 바뀌었다. 카페에서 차 한잔하며 경치 감상하는 즐거움도 솔솔하다.


오늘 점심 메뉴은 라면! 어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어제 마을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해 두었다. 라면 가게는 우리나라 분식집 정도의 작은 곳이었다. yujinn은 아사히가와 라면, 나는 된장 라면을 주문 하였다. 아사히가와 라면 먼저 나왔는데 양이 장난이 아니다. 내가 주문한 라면을 다 먹고 빼았아 먹었는데도 결국에는 다 못 먹고 가게를 나왔다.

라면 가게 입구. 아담하다.


아사히가와 라면. 된장라면보다 양도 많고 국물맛이 깔끔하다.

길에 쌓이 눈위에서 그냥 보드나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어제 히가시야마로 넘어가면서 하도 고생해서 오늘은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않고 히라푸에서 계속 머물기로 하였다.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슬로프에 사람이 많았다. 일본, 호주인들 외에 중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인다. 마지막 라이딩을 마치고 바인딩을 푸르니 좀 더 열심히 못 탄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이 곳도 특별히 슬로프와 아닌 곳의 구분이 없다. 나무사이로 타고 싶으면 가는 거다.


표를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 받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이 기계에 표를 넣으면 보증금 1000엔을 돌려준다.


아침에 못 한 저녁 예약을 하려고 다시 Hurry & Slowly에 가서 오늘 저녁 예약 가능하냐고 물어 보니 안 된다고 한다. 식사는 하루전에 예약 하라고 한다. 결국 그랜드 히라푸 호텔의 한 식당에서 초밥과 튀김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며 주문한 사케. 마치 위스키와 흡사하였다.

눈이 소복이 쌓이 마을. 동화속에서나 본 듯한 풍경이다.

쌓인 눈들. 이 곳에서 눈치우는 것도 일이다. 그나마 올해는 눈이 덜왔다고 한다.

저녁 식사후 식구들에게 선물할 선물들을 사고 숙소에 가져다 놓고,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면 가볍게 한잔 하기 위해 이자카야를 찾았는데 마침 그 업소가 그 날 일찍 일을 마치고 파티를 한다고 하였다. 오코노미야키가 있냐고 물어 봤더니 1월말부터 점심 메뉴로 제공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못 먹을 팔자인가 보다. 다시 펑펑내리는 눈을 헤치며 다른 이자까야를 찾아 들어가서 테리야끼 치킨과 정종을 한 잔 하며 히라푸에서의 마지막 밤의 여운을 즐기다 숙소로 돌아왔다.
14일 아침 역시 일찌감치 눈이 띄였다. 창문을 열어보니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날씨도 비교적 화창하다.
잠도 다시 오지 않고 하여 옷을 챙겨 입고 숙소를 나섰다. 밤새 내린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내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 곳의 날씨는 역시나 예측 불허이다. - -;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기고 나오니 주인 부자가 열심히 밤새 차에 내린 눈을 치우고 있다. 눈을 다 치우고는 우리들을 주차장에 내려주는데 우리가 탈 버스를  확인하고 바로 앞까지 가서 내려준다. 참 친절하기도 하다.
버스에는 올때의 두배 이상되는 인원들이 탑승하고 있는 듯 하였다. 버스는 펑펑내리는 눈사이로 신치도세 공항을 향해 달렸갔다. 돌아갈 때 역시 휴게소에 머물렀는데 갈 때는 올때와는 다른 휴게소에 머물렀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가는 위해서는 기념품 가게를 거쳐야한다. 이 넘의 상술은 참. 기념품들을 구경하며 화장실을 가는데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는 아닌 듯 하고 누군가 연주하는 거 같은데, 대체서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가하고 화장실로 갔더니 화장실 입구에는 스스로 연주하는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스스로 연주하는 피아노. 그 소리가 좋아서 잠깐 그 연주를 즐기며 있었다.

휴게소를 출발한지 한시간이 약간 넘어 버스는 시내로 들어 섰다. 치도세 공항에 다가 올수록 날씨는 점점 맑아지더니 시내에 들어서자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저 파란 하늘이 보이는지.

공항에 도착하여 표를 받고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가를 둘려 보는데 3층에 올라가니 라면만 파는 푸드코드가 있다.

라면 종류로 홋카이도 지도를 그렸다. 라면이 유명한 곳 답다.

점심을 먹고 상점을 둘려 보다 출발 시간에 맞추어 승강장으로 향했는데 기다리는 줄에 낮이 익은 사람이 하나 서 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역시 2005년도에 뉴질랜드에 같이 다녀왔던 캠퍼이다. 한국에서 그렇게 보기 힘들었는데 이런곳에서 다시 만나다니 반가웠다. 그 새 결혼해서 부인과 함께 왔는데 부인은 일때문에 먼저 귀국하고 본인은 샷포로에서 하루 더 보내고 돌아 간다고 했다.

2005년도 뉴질랜드 캠퍼였던 재모. 홋카이도에서 다시 만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4일간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안녕 홋카이도. 다음에 또 다시 보자고~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