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밤새 몇 번을 자다가 깨었다. 아침에 뒤척이다 깨어나 보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커튼을 걷고 창 밖을 보니 이미 날이 밝았다. 날씨는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눈이 그쳐서 보딩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듯 하다.  

니세코에서의 맞이하는 첫 아침이 밝았다. 창문 너머로 요테산이 보인다.


일어나서 씻고 아침 식사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아침 식사는 8시부터라고 한다. 8시가 되어 식당에 가 보니, 이 곳 펜션에 묵은 사람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맞은 편 두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동양계 두 가족. 그런데 가족끼리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대체 어디서 왔을까? 싱가폴? 필리핀? 옆에는 일본인 커플 한 쌍. 창가쪽에 호주에서 온 한 가족과 아버지와 딸 한 팀.

아침에 식사로 제공되는 식빵. 주인 아주머니께서 직접 구운 빵이라고 한다.


일본 스키 리조트의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은 보통 continental breakfast로 간단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복장 및 장비를 챙기고 숙소를 나섰다.

펜션 바로 앞에 곤돌라 승강장까지 가는 셔틀이 정차하지만 몸도 풀겸 걸어서 가까운 리프트 승강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히라푸 슬로프 제일 왼쪽의 Ace Family Pair까지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 매표소에 도착해서 보니 사람들이 많다. 같은 옷들을 입고 무리들이 많은걸 보니 아무래도 강습생들 같다. 매표소 창구에 어제 받은 쿠폰을 보여주니 일본말로 뭐라고 하는데 알아 들을 수 없다. "I can't understand." 하니 영어로 친절히 설명해 준다. 호~ 이곳은 호주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영어가 잘 통한다. 티켓은 2일짜리이고 내일까지 타고 반납하면 1000엔의 보증금을 돌려준다고 한다.

눈이 쌓인 거리를 걸어 가는 것도 운치가 있다.

노란둥이들... 강습대기중인가 보다.


니세코 통합권이다. 이 것으로 히라푸, 안누푸리, 히가시야마 슬로프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 세 보드장은 산 정상에서 만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아침에 그쳤던 눈이 다시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 곳은 리프트는 한국과 달리 안전바가 없어서 타면서도 겁이 난다. 아래 수북히 눈이 쌓여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기는 하지만...

Ace Family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이런 눈꽃을 볼 수 있다.


Ace family 리프트에서 내려 Ace Hill로 가기 위한 리프트를 타기 위해 약간의 이동이 필요하다. 내려가면서 설질을 느껴본다. 뽀드득 거리며 에지에 걸리는 눈의 감촉이 좋다. 오늘 라이딩이 즐거울 듯하다. 이 곳 리프트는 한참을 올라간다. 대략 10분 정도는 올라간다. 느긋하게 올라가며 주변 경관을 감상한다. 리프트를 올라가다 보면 급경사가 보이는데 타고 내려 오는 사람들을 보니 중간 중간에 몇 바퀴 구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잘도 내려온다. 오전에 쉬운 슬로프에서 몸 좀 풀고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경사가 잘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급한 경사이다. 오른쪽 하단에 내려가는 스키어가 보이시는지?


리프트에서 내리니 아래에서는 살살 내리던 눈이 제법 내리면서 시야가 좋지 않다. 눈이 잦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할 듯 하다. 리프트타고 처음 올라오자 마자 Ace Hill Cafe에 들어가서 나는 커피, yujinn은 핫쵸코를 마시며 기상 상태가 좋아지기를 기다렸다. (ㅎㅎ 우리 부부는 관광보더 ^^;)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춥다. 이 곳은 산 중턱밖에 안되는데 영하13도. - -;


차를 다 마시고 기다려도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밖을 보니 시야가 그리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일단 내려가 보기로 하고 출발 하였다. 근데 이건 웬걸 처음부터 모글 코스이다. 하포네에서 만났던 엄청난 모글 코스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모글이라니... 모글을 지나니 바로 완만한 경사가 나온다. 히라푸에서의 첫 라이딩이라 중간 중간 맵을 확인하며 곤돌라 승강장까지 내려갔다. 도착하여 곤돌라에 탑승하는데 웬 여자가 동승하였다.

히라푸 마을이다. 곤돌라 승강장을 향해 주욱 달려 볼까?


어디서 왔냐 하니 호주에서 왔다고 한다. 음. 역시 호주인이군. yujinn의 보드에 붙은 cadrona 스티커를 보더니 cadrona 다녀왔냐고 하면서 아는 척을 한다. 자기도 거기 가 봤는데 cadrona보다 여기가 더 좋다고 한다. 곤돌라에서 내려 이번에는 아까 보다 더 쉬운 Center코스로 루트를 잡았다. 중간 중간 급경사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완만한 코스이다.

오늘도 눈위에 몸도장을 찍는다


이제 몸도 슬슬 풀렸으니 아침에 본 급경사에 도전해 볼까? Trail map을 보니 최대경사 40도에 평균14도이다. 막상 코스에 들어서니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눈이 좋아서 그다지 겁은 나지 않았다. 따라오는 yujinn을 보니 용감히도 잘 따라온다. 중간쯤 내려오니 다리에 힘이 빠진다. 사투끝에 간신히 그랜드 히라푸 호텔 앞에 도착하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

yujinn의 라이딩 모습. 급경사 하단의 완만한 경사. 그래도 우리나라 중급자 코스 정도의 경사 된다.


배도 슬슬 고프고 오전에 힘도 많이 썼으니 점심을 먹으러 가야 겠다. 메뉴는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것들 중에 하나인 라면. 어제 오늘 점심을 먹기로 정한 라면집을 찾았다. 그랜드 히라후 호텔에서 교차로까지 주위를 살피며 걷는데 라면 가게를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앞에 보이는 100엔 우동집에 들어갔다. 우동만 100엔 이기는 한데 두 개의 토핑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토핑 올리고 나면 결국 가격은 300~400엔정도이다. 맛은 고만고만했다. 내일은 꼭 라면집을 찾아서 맛있는 라면을 먹어야겠다 다짐해 본다. 우동을 주문하고 먹고 있는데 손님들이 계속 들어 온다. 손님들의 대부분 호주인들. 들어오면서 주인장에게 간단한 일본어로 인사를 건넨다. - -; 여기가 일본이 맞는지 모르겠다.

점심을 먹은 후 히라푸 슬로프도 어느정도 익혔으니 히가시야마로 넘어가 보기로 했다. Ace hill에서 리프트 한 번 더 타고 올라가면 히가시야마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곳에서 리프트를 한 번 더 타면 정상이고 거기서는 걷지 않고 히가시야마로 바로 넘어갈 수 있을 듯 한데, 리프트 타고 올라가면서 보니 만만치 않게 추워진다. 올라가면서 젖은 옷가지들이 얼어 버리고 카메라도 얼어서 동작이 잘 안 된다. 리프트에서 내려 정상을 바라보니 더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걸어서 히가시야마로 넘어가게 되었다.

정상으로 올라갈 수록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장소들이 많아진다. 눈들이 마치 설탕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다.

정상으로 올라 갈수록 기온도 낮아지고, 바람도 심하게 분다.

히가시야마로 가볼까?


히가시야마 지역은 히라푸에 비해 슬로프가 단순하고 좁은 편이다. 곤돌라 승강장을 향해 내려가려면 슬로프 하단부에 나가노의 쯔카이케고원의 하단 1km을 연상하게 하는 완만한 경사의 꽤 긴 차도를 가야하는데, 이 곳을 보드로 쉬지 않고 내려가려면 허벅지에 몇 번이나 쥐가 나려는 위기를 넘겨야 한다. 히가시야마 곤돌라는 너무 앙증 맞게 생겼다. 앞뒤로 두자리씩 있는데 두사람 들어가면 꽉찬다. 보드 들고 타면 자리가 빡빡하다.

내려오다 잠시 휴식. yujinn은 아예 자리 잡고 앉았다.

곤돌라 승강강 거의 도착해서... 앞에 보이는 건물이 히가시야마 프린스 호텔이다. 이 지역은 프린트 호텔하나 밖에 없다.

곤도라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니 프린스 호텔이 왠지 외로워 보인다.


곤돌라에서 내려서 다시 히라푸로 걸어가는데 너무나 춥다. 결국 히라푸 슬롭프로 넘어오면 있는 산장 비스무리한 카페에 들어가 몸을 녹였다. 카페 안에는 난로가 있는데 주변에는 중국, 호주 관광객들이 쉬고 있다. 난로 주변 방명록이 있다. 지난 방명록을 보며 yujinn과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기를 기원하며 자취를 남기었다.

허름해 보이나 이 곳 마져 없었으면 니세코에서 얼어 죽을 뻔 했다.

지난 박명록들. 90년도 것들도 있다. 꽤나 오래된 자취들이다. 지난 방명록에서 한글도 만나 볼 수 있었다.

다음에 도현이와 함께 올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자취를 남기었다.

산장을 나와 보니 날이 저물어서 그런지 날씨가 더욱 을씨년스럽다.


추위에 지친 몸을 녹이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은 이미 4시를 향해 가고 있다. 밖에 나와 보니 야간 조명들이 켜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내려가기만 하면 되기에 급할 것이 없었다. 느긋하게 마을 향해 마지막 라이딩을 즐기며 내려갔다.

날이 저물면서 요테산이 약간 더 그 자테를 내밀었다. 4일동안 이 정도 되는 날씨도 2시간이 채 안 되었던 것 같다.

날이 저물며 야간 조명의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라이딩 중. 멀리 히가시야마 프린스 호텔이 보인다.


숙소에 도착해서 부츠를 벗으니 양쪽 다리가 말이 아니다. 오랜만에 너무 무리하게 탔나 보다. 발목을 움직일 수가 없다. 옷을 갈아 입고 펜션에 붙어있는 광고지에 있는 숙소 근처의 온천에 가보기로 하였다. 펜션에서 표를 끊으면 50엔 할인 된다. 온천 입구에서 표를 내고 탕에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이 호주인이다. 온천 중 들리는 대화도 대부분이 영어이다. 오늘 들린 온천은 어제 호텔에 비해 저렴하지만 수질이 더 좋은 듯 하다.

온천 후 숙소에 들려서 홋카이도에 유명한 게 요리를 먹어볼수 있는데가 어디냐고 물어 봤더니 잘 모른다고 하면서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물어보라고 한다. 지역 안내 책자에서 Bang Bang이라는 괜찮아 보이는 식당 하나 고르고 나와서 세이코 마트에서 전화 카드를 사서 양가 부모님들께 전화를 드리고 infomation center에 가서 물어 보니 별다른 정보가 없다.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선택한 Bang Bang에 우선 들러 보기로 했다. 식당에 들어가서니 분위기도 좋고 냄새도 좋다. 자리가 없는듯 해서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은 어떠냐고 하니 내일은 저녁8시30분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 -; 하루종일 보딩하고 8시30분에 저녁을 먹는다니 아무래도 힘들듯 하다. 매우 맘에 드는 식당이지만 결국 포기하고 나와서 infromation center에서 추천한 sencho에 가기로 하였다. 들어가 보니 이 곳도 역시 호주인들로 북적북적하다. 괜찮다고 하는 곳들은 다 이미 호주인들이 점령하고 있나 보다. 메뉴를 고르다 오늘은 사시미로 결정하고 모듬 사시미와 게다리 두개를 주문하였다.

이 곳이 이자카야 sencho이다. 히라푸에서 매우 인기 있는 식당 중 하나이다.

7종 모듬 사시미.

게다리 두쪽 한 쪽에 1200엔. 비싸다. 이 곳도 게 요리가 비싸서 그런지 현지 주민들은 대부분 게요리를 즐기지 않는 듯 했다.


사시미를 입에 넣는 순간 입에서 살살 녹는다. 나는 사실 연어를 좋아 하지 않는다. 연어 특유의 향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는데, 이 곳의 사시미에서는 전혀 그 향을 느낄 수가 없다. 세상에 이런 연어도 있을까 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는 기념품 가게에 들려 이것 저것 둘러 보다가 숙소가 돌아왔다. 오늘 하루 알차게 보내었다. 이제 내일을 위해 푹 쉬어야겠다.

Kuma 티셔츠. 얼마전 우리나라에 유행이던 Puma 짝퉁 티셔츠가 생각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