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2. 28. 금


간밤에 히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방이 좀 썰렁했었다.

8시 55분발 로망스카를 예약해뒀었다. 호텔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신주쿠 역으로 출발.

서울에서 일기예보를 봤을 때에는 흐림이었기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웬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도심이든, 농촌이든 상관없이 정갈한 모습. 집집마다 좁은 공간에도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놓은 정원. 그리고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들과 오렌지 등이 부모님의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 게다가 저 멀리 잠시 스쳐 보였던 후지산까지...

역시 너무나도 좋아하신다.


하코네 유모토 역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8분이었다.

먼저 료칸에 짐을 맡기려고 길건너 료칸 조합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버스를 타려는데, 기사 아저씨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료칸에 가는 이유를 묻는다. (check-in : 3시)

짐을 맡기려고 한다고 했더니, 그러면 역내의 코인락커에 맡기라고 하다가 짐의 개수를 묻더니 사무실에 두고 가라고 한다. 감동..

이리하여 생각보다 빨리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


하코네는 볼 것도 많고, 탈 것도 많고, 하루로는 정말 너무나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료칸 체크인 때문에 적어도 4시까지는 하코네 유모토로 돌아와야 했다.


우선 고라행 등산열차에 탑승했다. 지그재그로 가는 것이 재미있다.

고라역에 내려서 바로 소운잔(Sounzan)까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갔다.

경사면을 따라서 직선으로 전차가 올라가는데, 내부도 경사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신기하게스리...


소운잔에서 내려서 바로 케이블카를 탔다. 오와쿠다니에 가기 위해 non-stop으로..

구름한 점 없는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는데, 멀리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함께 후지산이 보인다.

너무나도 뚜렷하게 말이다. 오옷~~~


오와쿠다니에서 잠시 정차하기로 했다.

온천에 김이 나는 것을 구경하며 온천물에 삶은 계란을 사먹었다. 6개 500엔. 여기 온 사람은 다 사먹는다. 푸핫

가스 냄새가 꼭 연탄가스 냄새 같다. 속이 좀 역하넹. @.@


산에서 온천 김 나는 것도 보고, 후지산도 실컷 보며 도겐다이로 내려왔다. 아시노코 유람선을 타기 위해. ^^

유람선 시간표를 확인하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역시 맛있다. :)

기념품으로 뺏지도 하나 사고, 유람선에 올랐다. 해적선이라는데 모양이 너무 재밌다.


원래는 하코네마치에서 내려서 모토 하코네까지 걸아가려 했으나, 시간이 부족하고 부모님도 피곤해하셔서 바로 모토 하코네로 왔다.

도겐다이 쪽에서는 호수 위로 후지산이 보이지 않았는데, 하코네마치, 모토 하코네 쪽에 오니 너무나도 잘 보인다.

멋지다~~



등산버스를 타고 하코네 유모토 역으로 왔다.

짐을 찾으러 갔는데 아무도 없길래 앞에 서 있던 아저씨에게 말을 걸으니 한국인이냐고 하면서 대뜸 휴대폰을 걸어 통역 서비스에 연결해준다.

사정을 알게 된 그 아저씨는 버스 사무실 분을 불러주시고 무사히 짐을 찾을 수 있었다.

우왓.. 정말 친절함에 감동. 알고보니 그 아저씨는 택시기사 아저씨였다.

버스를 탄 후에 알게 되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그 택시를 탔을것을....


숙소에 4시 45분쯤 도착했다.

겉에서는 작아보였는데 내부에 세심하게 꾸며놓은 모습과 곳곳에 있는 꽃꽂이 작품들에서 엄마는 눈을 떼지 못하신다.


저녁은 6시 30분쯤 먹기로 하고, 우선 온천에 갔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기에 규모는 작았다. 남녀 분리되어 있는데, 작은 로템부로(노천온천)도 있었다.

기분이 묘하면서도 재밌고 좋다. ㅋㅋ


보통 료칸에서는 방으로 식사를 가져다가 준다는데, 우리는 다른 곳에 가서 먹었다.

시간이 되어 내려가보니 차려놓은 모습이 너무 이쁘다.

천천히 이것저것 먹다보니 한시간이 지났지 뭐야.... ^__^


료칸 방도 그렇고, 식사도 그렇고, 서비스까지...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신다.

내가 료칸 이야기를 했을 때, 넘 비싸다고 싫어하시던 아빠도 너무 좋다고 다음에 또 오자고 하실 정도니. 흐흐..
(1박 2식, 1인 13,000엔 이었당. @.@)


하루 일정도 일찍 마치고, 여유로워서 좋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더욱 좋고...

가는 날까지 계속 날씨가 좋았으면...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