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세계여행/유럽

1999년 유럽 여행기 #09 독일/하이델베르그, 뮌헨

알 수 없는 사용자 2002. 6. 16. 23:16
99.7.7.수.비+해

독일의 날씨는 정말 제멋대로이다. 그저께 기차안에서 만났던 아저씨가 독일은 날씨만 좋으면 축복받은 땅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실감이 간다. 독일에서는 비랑 기차..가 전부인거 같아라. 음냐.

오늘은 하이델베르그를 거쳐서 뮌헨으로 가는 날. 9시 54분에 하이델베르그행 기차가 있었지만 이것은 IC였고 10시에 있는 기차가 ICE였다. ^^ 엇그제 타본 ICE가 너무 좋아서.. 일부러 10시 기차를 타려고 기다렸는데 40분이나 연착을 하는 것이 아닌가. --;;; 오늘도 시작이 웬지..이상하여라. 그래서 하이델베르그에 좀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역에서 한 20분쯤 걸어가니 사람들이 많은 거리가 이어졌다. 이곳은 대학도시라서 특별히 대학 입구, 담..이런 것이 있지는 않았다. 그냥 도시 전체가 대학 분위기...

먼저 학생감옥(1 DM)에 들어갔다. 이 곳은 신기하게도 벨을 눌러야 안에서 문을 열어 주었다. 학생감옥은 건물 3층에 있었는데 좀 어두컴컴하고 벽에 낙서도 많았다. 옆에 있는 문을 자세히 보니 사진들이 많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학생감옥에 갇혔던?? 학생들의 사진인 듯 하다.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서 운영했다는 감옥을 보며 대학생인 나도 내 모습을 생각하며 반성을 좀 하게 되었다. ^^;

마을을 거쳐 하이델베르그 성(1 DM)에 올라갔다. 걸어서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경사가 무척가파랐다. 올라가는데 힘들어서 뒤로 걸어서 올라가니 좀 편했다. 내가 뒤로걸어가니까 뒤에 따라오던 외국인들이 갑자기 뒤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푸핫. 눈이 마주치니까 그냥 씨익~ 웃어주던 외국인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후훗. 성위에서 마을을 바라다보는 풍경은 너무나도 예뻤다. 옛다리와 철학자의 길을 성 위에서 바라다보기만 했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철학자의 길에서 하이델베르그 성을 바라다본 풍경이 훨씬 아름답다고 했다. 하긴 내가 산 엽서도 모두 철학자의 길에서 하이델베르그 성을 바라다본 풍경이더라니...^^

성 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통이 있었다. 첨에 들어가니까 오른쪽에 무지 큰 와인통이 있어서 그건줄 알고 감탄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앞에있는 작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너무 커서 감히 와인통이라고 상상도 못한그것이 와인통이었다. 후훗. 그 계단은 와인통 옆에 있는 것으로 와인통 위에까지 올라가볼 수 있었다. ^^ 물론 나도 올라가지. 술통이 얼마나 크면 계단놓고 사람이 올라가나. --;;; 그곳에서는 와인을 사서 마실 수가 있는데 와인 한잔(5 DM)을 마시면 마시던 잔을 선물로 주었다. 내가 와인맛을 잘 모르긴 하지만 한잔 마시고 컵을 받아왔다. ^^ 뒷맛이 깔끔하니 좋았다. ^^

성을 내려와서 바로 기차역으로 간 후에 뮌헨으로 갔다. 내일 밤은 처음으로 야간열차를 타는 날. 뮌헨 중앙역에서 내가 이용할 전 구간을 예약해놓으면 싸고 좋다고 해서 예약을 하는데..내일 타야할 뮌헨-프라하 구간은 예약이 다 차서 예약을 할 수없었다. --;;; 야간이동이 총 8번이었는데,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이 파업중이라서 베네치아-로마 구간을 예약 못하고, 마드리드-파리 구간의 시간이 정확치 못해서 예약을 못한거 빼구는 다 했다. 뮌헨-프라하 구간은 붐비는 구간인데 뮌헨에 오기 전 하이델베르그 역에서 예약은 한 사람들은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가이드북에는 뮌헨 중앙역에서 예약하는게 좋다고 하지만 꼭 거기서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성수기에는 미리할 수록 좋지...

예약을 마치고 숙소로 왔다. 이번에도 역에서 아주 가까웠다. 시간이 늦어서 뮌헨 관광을 할 수는 없고... 말로만 듣던 호프브로이하우스에 갔다. 숙소에서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여럿이서 함께 갔는데 지도들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아주 힘들게 갔다. 1층에 7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더니..정말 규모가 대단했다. 10시쯤 그곳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텔레비젼에서 독일 맥주 축제할 때 모습을 봤는데..많이 흡사했다. 우리나라같으면 젊은 사람들 밖에 없었을텐데 나이를 초월한 그 모습. 얼마나 좋던지.... 젊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이드신 분들도 매우 많았다. 경쾌한 음악과 신나는 춤. 중앙에서 춤추는 사람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우리 자리는 맨 구석이어서 --;;;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맛있는 소세지도 먹고 맥주를 마셨다. 흑맥주도 마셔봤는데 맛이 괜찮았다. 근데 그 사람들은 맥주한잔 시켜놓고 참 오랫동안 이야기하면서 마시더라. 후훗. 옆에 앉았던 두명의 독일인에 비하면 우리 테이블은 얼마나 맥주를 금새 비우던지..--;

세상은 넓고도 좁은 것 같다. 외국에 나가도 아는 사람을 만난다더니..이곳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정말 아는 사람을 만났다. 같이 배낭여행 준비하던 친구였는데 얼마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나보다 런던에 며칠 일찍 도착해서 쉬엄쉬엄 여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혼자 왔는데 잘 하고 있다고...^^; 아직 귀국 안했을텐데 궁금하다.
암튼 너무 반가워서 사진 한장 찍고..^^ 헤어지게 되었다. 정말 신기하네..거참....

시간이 좀 지나고 무대쪽에 구경하러 갔다가 우연히 한국인 아저씨와 합석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은 혼자 오셨는지..주변의 많은 외국인을 이미 친구로 만들어놓고 계셨다. 옆에 앉아계시던 50이 넘어 보이는 독일인 아저씨가 친구중 한국사람이 있다고 하시면서 한국인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자기가 한국인이라는 둥..한국여자가 아시아에서 가장 예쁘다고도 하시고...음하하하. 암튼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시간이 늦지만 않았어도 그 테이블에서 맥주한잔 할 수 있었는데...우리가 워낙에 늦게 가서.. 좀 아쉬웠다. 독일의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지금 생각해도 또 가고 싶당...가고싶어라

독일 관광을 많이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이곳 사람들의 분위기를 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관광지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늦어서 거리에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웬지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 우리가 사람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편안한 맘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내일 가게 될 꿈속에서만 그리던 성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자리에 들었다.